'홍성형' 식생활교육
식생활개선국민네트워크는 식생활 전반에 관한 국민적 이해와 인식을 높여 국민건강과 환경 생태계 보전, 농어촌 활성화를 위해 2013년 관련법에 의거 농식품부장관으로부터 지정받은 기관입니다. 충남에는 천안과 홍성에 지역네트워크가 있습니다.
2019 다행 공익강좌 지원사업에 선정된 (사)식생활교육홍성네트워크의 ‘지속가능한 먹거리 교육 및 지역 내 강사 발굴 워크숍’이 열리는 홍성군 홍동면을 찾았습니다.
(사)식생활교육홍성네트워크의 최루미 공동대표(사진)는 ‘건강 100세 시대’를 맞아 지역맞춤형 식생활 건강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지역사회의 여러 인적자원과 경험들을 활용한 식생활교육이 답이었습니다. 지역사회가 특성에 맞게 직접 만든 내용으로 강사를 교육하고, 이 강사들이 다시 아이들과 주민들 교육하는 선순환형 모델이었습니다.
이 사업이 선정된 이유는 바로 ‘홍성형’이라는 아이디어 때문이었습니다. 홍성형... 홍성에 사는 브라더가 아니라, 홍성이라는 지역에 맞게 교육 내용을 구성하고 특화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홍성군에서 인적자원과 모임이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는 홍동면은 최적이 교육장소입니다.
홍성의 마을공동체 운동을 이야기하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 홍동면. 홍동에는 많은 귀농귀촌 주민들과 오랫동안 그곳에서 살아온 원주민들이 어울러져 지냅니다. 유서 깊은 풀무학교가 자리한 홍동면에서는 유기농업, 지역화폐, 주민자치의 새로운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유기농 텃밭정원, 이미 오랫동안 해오던 것
오늘의 교육은 화훼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풀무학교의 오도 선생님(사진)이 맡아 주셨습니다. 1973년 홍동면의 마을사람들과 풀무학교 선생님들은 전국 최초로 마을단위 유기농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지금은 전국 최초의 오리농법 발원지, 전국 최대의 친환경 쌀 재배지 같은 화려한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처음 그때는 그야말로 맨땅에 머리박기였다고 합니다.
“대부분, 농토를 임대하면 땅주인이 좋은 땅을 주지 않아요. 산밑에 있는 거친 밭을 줘요. 거긴 기계도 못 들어가도, 잡초뽑기 어려워서 제초제 없이는 농사가 힘들어요. 그러니 유기농법이라는 것이 가난한 농민들에게는 시작하기 어려운 것이죠.”
홍동면 출신의 오도 강사는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돌아오면 곧바로 집안 농사일을 도와야 했습니다. 해도 안 뜬 새벽에 일어나 밭에 가서 일을 하고 밭둑에서 아침밥을 먹고 학교로 가야했습니다. 그런 어린 시절이 너무 힘들어, 강사는 집에서 멀리 떨어지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화훼를 배우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제주와 태안의 식물원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고향의 풀무학교에 원예과가 생겨 교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고향에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 학교에 가보니 온실도 비닐하우스도 없고 심지어 꽃씨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라는 말인가 고민하던 끝에 떠오른 것이 바로 텃밭정원이었습니다. 일본 유학시절 봤던 영국식 정원에 여러 가지 식물들을 같이 심어 놓은 것이 생각났습니다. 외국 원예서적을 찾아 열심히 연구를 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낯설지 않았다고 합니다.
섞어짓기. 옛날 조상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농사, 할머니들이 텃밭에 채소도 심고 꽃도 심어 놓았던 바로 그 농사들이 텃밭정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섞어짓기는 바로 소작농의 농사에요. 옛날의 조상들이 밭둑에 빈 곳 없이 뭐라도 빼곡이 심어 놓은 것이 바로 섞어짓기에요. 주작물은 지주들한테 갖다 줘야 하는데, 이 섞어지어 놓은 작물들은 고스란히 자기 것이 되죠. 텃밭도 마찬가지에요.”
양배추는 꼭 10장을 지켜주시라
섞어짓기와 텃밭정원은 놀랍도록 과학적입니다. 요즘 건강차로 각광받는 메리골드는 우리말로는 서광이라고도 하는데, 뿌리혹선충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서 주변의 채소들을 보호합니다. 옛날 할머니들이 밭에 뱀이 못 오게 한다며 서광이나 봉숭아를 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한편 감자는 오히려 벌레를 꼬이게 하여 채소들을 망치기도 합니다. 감자에 꼬여드는 무당벌레들이 가지과의 채소들을 갉아먹습니다. 주변의 식물들을 죽게 만들고 자신만 양분을 독차지 하는 것입니다.
“감자는 이기적이에요. 다른 채소들을 벌레 먹게 하죠. 사람이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생각도 달라진다고 하는데, 서양사람들이 감자를 주식으로 먹어서 그런가 봐요. 그런데 우리는 쌀을 먹어요. 논에는 벼도 자라고 풀도 자라고 작은 동물도 살고 서로서로 어울려서 살죠.”
홍성지역의 많은 어린이집과 학교에서는 아이들 교육을 위해 텃밭을 만들고 꾸밉니다. 그러나 텃밭농사에 전문적이지 않은 선생님들은 재배에 종종 실패하기도 합니다. 처음 귀농을 한 도시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양배추는 한 장 한 장 잎이 올라오다가 딱 10장이 되면, 11장 째부터 오그라들어 우리가 먹는 둥근 모양이 됩니다. 정확히 10장까지 잎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도시에서 오신분들은 텃밭에 잎이 나면, 싱싱하다며 상추처럼 잎을 하나씩 따먹어 버립니다. 그러고는 왜 양배추 농사가 망했나 하시죠... 10장까지는 기다려야 해요.”
(사진출처: 풀무학교)
할머니의 인생을 수집해 놓은 씨앗도서관
농촌에서 자라온 오도 선생님이 완두콩 씨앗을 보았을 때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종묘회사에서 사온 완두콩이 빨간색이었기 때문입니다. 분명 본인이 보고 자랐던 완두콩 씨앗은 노란색이었습니다. 원래는 노란색이었던 완두콩 씨앗은 종묘회사에서 농약에 담갔다가 말려서 판매합니다. 바로 그 농약이 빨간색이었던 거죠.
농약을 입힌 씨앗을 심으면 그 흙도 농약에 오염이 됩니다. 그러니 유기농업을 하려면 유기농 씨앗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종묘회사의 씨앗들은 모두 농약처리가 된 것들입니다. 텃밭에 꽃과 채소를 심는 아이들이 농약 뭍은 씨앗을 손으로 만지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매 교육할 때마다 핀셋으로 집어서 심게 할 수도 없죠.
그렇다면 농약이 안 뭍은 씨앗은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우리 할머니들의 찬장에 있었습니다. 장롱에 소중히 싸놓은 보자기에 있었습니다.
“토종씨앗을 수집하기 위해 마을 집집마다 돌아다녔어요. 우리는 이것은 ‘씨앗마실’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렇게 모은 씨앗은 다시 농부들에게 빌려줬어요. 그 씨앗으로 유기농 농사를 짓고 1년 뒤에 수확해서 빌린 만큼의 씨앗을 갚는 거죠. 우리는 ‘씨앗도서관’이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풀무학교 선생님들을 주축으로 한 마을활동가들은 홍동면에 씨앗도서관 만들었습니다. 씨앗을 모으기 위해 마을 할머니들을 방문할 때마다, 지금은 논밭에서 사라진 귀중한 토종씨앗들을 만나 신기하기도 했고. 씨앗에 얽힌 소설같은 사연을 듣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보령에서 17살 때 홍동으로 시집을 왔다는 할머니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남편의 집으로 사흘밤낮 가마를 타고 왔대요. 아버지는 어린 딸을 그렇게 시집보내면서 혼수로 푸른 서리태 씨앗을 챙겨주었대요. 지금은 푸른색 서리태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죠. 이젠 80세가 넘은 할머니는 60년이 넘도록 지켜온 귀한 씨앗을 내주시면서, 그때 아버지가 ‘위안부’ 끌려가지 않게 하려고 그 어린 나이에 시집을 보낸 것이었다고 하셔서... 마음이 아팠어요."
할머니들에게 왜 씨앗을 아직도 보관해 오셨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대답하시는 말씀이 ‘요즘 건 맛이 없어’라고 합니다. 할머니의 어머니가 해주셨던 그 팥죽, 그 콩밥 맛을 ‘기억’하며 씨앗을 지켜오신 것입니다. 씨앗 안에는 생명의 싹도 물론 들었지만 시절의 역사와 사람들의 기억도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사진출처: 마을활력소)
오늘 당신의 밥상은 안전한가요?
한국의 국민 1인당 1년 쌀 소비량이 65kg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1인당 GMO 식품 소비량은도 45kg에 이릅니다. 유전자변형식품(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의 위험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인의 생활에서 GMO를 완전히 피해서 살 수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프랑스 캉 대학에서 GMO에 대한 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세계적 종묘회사 몬산토의GMO 옥수수를 쥐에게 먹였습니다. 2개월이 지나자 실험쥐들의 50~80%가 암에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쥐의 수명은 2년입니다. 한국은 1996년부터 GMO를 수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났습니다. 오도 강사는 이제 GMO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는지 심각하게 확인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합니다.
이제는 우리 인간들은 먹고 사는 것까지 안전을 확인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식생활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필요합니다. 그런 고민들을 교육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풀무학교 선생님들과 같은 올바른 농업을 가르치는 사람들과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식생활과 환경의 중요함을 알리고 있는 (사)식생활교육홍성네트워크의 활동가들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밥상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