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길고양이보호협회>는 사람들의 길고양이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편견을 줄이고 학대와 유기로 이어지는 반려동물을 줄이고자 하는 보령 시민들의 모임입니다. 온라인 카페를 통해 지속적인 길고양이 보호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오프 모임을 통해 유기고양이를 구조하고 보호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20 <다행> 공익모임 지원에 선정되었습니다. 보다 체계적이고 근거있는 활동을 위해, 고양이 사진작가이자 고양이 보호 활동가인 김하연 작가를 초대하여 강연과 토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길고양이가 너무 많다?!
사람들이 흔히 길고양이가 너무 많다고 생각합니다. 2006년 동물보호단체들은 전국에 약 200만 마리의 길고양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10년 뒤인 2016년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전국의 길고양이는 현재 약 100만 마리로 추정됩니다.
길고양이의 개체수가 절반이나 줄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길고양이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요? 김하연 작가는 이것이 사람들이 길고양이에 대해 가지는 첫 번째 오해라고 지적합니다. 실제로는 길고양이의 숫자가 걱정하듯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고양이가 있으면 쥐가 줄어든다?!
작가는 오히려 길고양이가 개체수가 줄어 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진행된 길고양이 중성화(TNR) 사업으로 4년만인 2012년에는 서울시의 길고양이 개체가 44%가량이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작가는 같은 기간 서울시 다산콜센터로 접수되는 쥐 출몰 관련 신고는 증가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비슷한 예로 미국의 뉴욕시는 꾸준히 길고양이 포획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도시에서 발견되는 길고양이들은 예외없이 보호소로 수용되었습니다. 그런데 고양이가 사라진 거리에 갑자기 쥐떼가 나타났습니다. 2013년 보도에 따르면 뉴욕시의 쥐 개체 수는 200만 마리로 뉴욕시민 4명당 1마리 꼴이라고 합니다. 주로 빈민가와 지하철에 떼로 출몰하면서 질병을 퍼뜨리는 등 공중보건을 위협하고 있어, 뉴욕시는 설치류 담당관이라는 부서까지 만들고 지금까지 쥐떼와의 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편 2019년 질병관리본부의 ‘설치류 매개 감염병 관리지침’에 따르면, 충남은 쥐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 발생이 전국 2위라고 합니다.
372. 280. 87
이 숫자는 무엇일까요? 놀랍게도 하루에 버려지는 유기동물의 숫자입니다. 매일 372마리의 반려동물이 주인으로부터 버려집니다. 하루에 강아지는 280마리, 고양이는 87마리가 버려집니다. 충남의 인구수는 전국 12위지만, 놀랍게도 유기동물 숫자는 전국에서 4번째로 많다고 합니다. -_-;
사람들은 반려동물이 아파서, 혹은 기르기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버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동물단체에서 전국 보호소에서 3년간 구조한 유기견 30만 마리를 검사한 결과, 전체 유기견의 90%이상이 건강에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51%가 한 살 이하의 어린 강아지였다고 합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단지 싫증나서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길고양이가 도망을 가는 유일한 나라
작가는 SNS에 많은 길고양이 사진을 올립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유기동물 문제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사진을 본 한 외국인 댓글에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너는 왜 불쌍한 고양이 사진만 올리는 거야?” 처음에는 외국인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길고양이들은 모두 이런 표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는 길고양이를 스트래이 캣(Stray cat, 주인잃은 고양이)과 페럴 캣(Feral cat, 야행화된 고양이)으로 나누어 부릅니다. 한국의 도시 길고양이들은 스트래이 캣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외국의 스트래이 캣들은 사람을 만나면 다가오기도 하고, 재롱을 떨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만나면 차 밑으로 숨거나 경계하며 도망갑니다.
한국은 유독 길고양이에 대한 혐오가 많은 나라입니다. 아직 일부지역에는 ‘나비탕’이라는 고양이 식용문화가 남아있고, 뉴스에서는 고양이 잔인한 혐오범죄가 심심찮게 검색됩니다.
밥만 줘서는 안 된다?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주로 위생과 소음을 이유로 길고양이 급식을 반대합니다. 고양이들이 서로 싸우는 소리에 잠을 깨거나, 아기 울음소리와 유사해서 공포심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혹은 쓰레기봉투를 헤집어 놓고 아무데나 배변을 해서 위생과 미관을 해친다고 말합니다.
물론 없거나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길고양이를 박멸하기에는 생명의 가치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길고양이와 사람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고양이 급식소를 많이 설치하고 관리함으로써 이러한 민원을 줄인다는 것입니다. 많은 캣맘 캣대디들이 사유지에 건물주인과 협의도 없이 고양이 밥그릇을 설치해서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급식소들은 깨끗하게 관리되기도 힘들 뿐 아니라 주민들의 동의도 받기 힘듭니다.
작가가 활동하는 서울 관악구에서는 구청과 협의하여 공공기관이나 공원의 한 편에 잘 관리되는 급식소를 설치운영하여 주민들의 민원을 많이 줄이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공무원들도 급식소의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 논란이 있겠지만, 고양이 중성화수술(TNR)을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라도 고양이 공공급식소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TNR은 그 지역 개체수의 75% 이상이 했을 때 개체조절의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공공급식소는 그 지역의 고양이 개체수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중요한 매개점이 됩니다.
길고양이 밥 주는 것은 합법인가? 불법인가?
김하연 작가가 참가자들에게 길고양이 밥 주는 것이 불법인지 합법인지 물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길고양이보호협회의 회원들이거나 평소 유기동물에 관심이 많은 소위 캣맘과 캣대디들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선뜻 답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작가는 이것이 유기동물 보호 활동가들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단순히 ‘불쌍하니까 밥을 준다’는 이유는 논리적이지도 못하고,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주민들이나 급식소 설치에 협조가 절실한 관공서를 설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2018년 제정되고 2020년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길고양이 밥주는 것은 합법입니다. 법 제3조에는 동물을 보호하는 사람은 ‘누구나’ 굶어죽지 않도록 밥을 주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구나’라는 표현입니다. 오히려 굶주린 길고양이를 외면하는 것이 법의 취지를 어기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기동물 보호 활동가라면 누구보다 관련법에 대해 꿰고 있어야 하고, 이를 근거로 지방정부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거나 지방의회를 설득하여 동물보호조례를 만드는 등의 활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인구가 훨씬 많고 발전된 다른 지자체들보다, 우리 충남의 동물보호관련 지방조례 제정이 더 활발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충남지역의 동물보호단체 활동가와 공익활동가들의 노고 덕분이라 생각됩니다.
유기동물 보호는 '설득'의 과정이다
작가는 설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 합니다. 동네에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길고양이를 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공무원들은 이 문제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활동가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설득입니다. 길고양이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주민들을 설득해야 하고, 법에 보장된 동물보호 조치를 실행하도록 공무원을 설득해야 합니다. 길고양이와의 평화로운 공존이 지속될 수 있도록 지역 사회의 구성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합니다. 그리고 길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관련정보들도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이날 강연을 듣고 보령지역 길고양이 보호 활동가들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런 분들이 있어 보령의 고양이들은 다행이랄까요?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스마트폰으로 보는 인터넷 광고에 ‘나만 고양이 없어~’ 라는 가벼운 홍보 문구가 씁쓸합니다. 동물은 갖고 노는 인형도 아니고 쇼핑의 대상이 아닌데... 말입니다.
의미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신 공익활동지원센터 관계자님께 깊은 감사인사를 드립니다.